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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O문 날짜 : 2003-10-11 조회수 : 4476 이 몸이 새라면 날아가리...
고등학교 때 나는 꿈이 있었다. 이웃들과 함께 살겠다고, 나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사회복지학과를 들어갔다. 하지만 대학에서 들려오는 말들은 ‘컴퓨터와 영어를 잘 해야만, 좋은 학점을 가져야만 살아갈 수 있다’, ‘무한경쟁 시대, 자유주의 시장체제에서 살아남으려면 너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여야 한다’, 등등 현실의 높은 장벽에 대한 이야기들 뿐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들을 것을 듣고, 버릴 것을 버리는 스스로의 판단력을 잃어버리고 말았고, 조금씩 병들어 가고 있었다. 2001년 여름, 실습을 하면서 사회복지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알아버렸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하나의 밀알이 되려는 꿈도 조금씩 퇴색되었다. 그렇지만 그냥 그렇게 남들처럼 똑같이 세상에 적응하기는 싫었다. 부모님도, 친구들도, 선배들도 누누이 말하는 취업을 위한 조건과는 멀어져만 갔다. 그대신 내가 하고 싶다는 것을 하겠다며 봉사활동이나 노래, 미술, 드럼 등등을 경험하려 돌아다녔지만 이것저것 손만 대다 제대로 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결국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남들이 보기에는 ‘무능력한 인간’처럼 되어버린 것 같았다. 언젠가 ‘한번 더 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희망만은 놓지 않았지만 그것 역시 하나의 몽상에 불과했다. 내일이면, 내일이면... 반복해서 말하는 동안 현재를 놓쳐버렸고, 변하지 않는 내일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병든 것은 마음 뿐 아니라 몸도 마찬가지였다.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좋지 않아서 각자의 고민들을 서로에게 화풀이하는 관계처럼 변해버려 매일처럼 다투기 일쑤였고, 그럴 때면 화병이 난 것처럼 가슴 속이 울렁대고 메스꺼웠다. 매일같이 울기도 했다. 덕분에 안구건조증도 걸리고, 목과 어깨가 결려서 움직이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다. 그냥 모든 것이 짜증났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뿐이었다. 결국 휴학을 했고, 일단 쉬기로 마음을 먹었다. 쉬면서 커피 전문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래도 공부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덜 하면서 스스로 돈을 벌고,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니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살아나는 듯 했다. 다시 열심히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한학기로 짧은 휴학생활을 끝내고 학교에 복학을 했다. 복학을 하고 시작한 것이 학교에 개설된 요가와 재즈댄스였다. 늘 피곤하고, 기운 없는 생활 속에서 몸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꼭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요가는 대학 입학 후 잠깐 배운 기억이 있어서 잘 되지는 않았지만 왠지 마음이 편안했고, 재즈댄스는 재미가 있었다. 이전과 달리 조금은 안정된 모습으로 열심히 1학기를 보냈다. 그러나 방학 때 배낭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둘 다 그만두었다. 조금 풀렸던 몸이 다시 굳어졌고 어깨가 너무 아파 매일 신경이 쓰였다. 그러는 동안 마음의 안정을 주는 요가의 인상이 깊게 남아있던 탓인지 제대로 한번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작년 가을에 홍익요가원에 등록을 해서, 한 달 다녔지만 학교 과제를 핑계로 제대로 가지 않았고, 2학기 생활은 휴학 전의 일상과 그리 다를 바가 없었다. 똑같은 일상 속에서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나는 방학 동안 학교 앞 고시원에 들어가 있기로 결심했고, 홍익요가원 매일반에 재등록을 했다. 고시원에서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요가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요가를 하고 나면 무언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느낌 때문에 쉽게 그만둘 수가 없었다. 많이 빠져도 또 다니고 싶고, 무언가 나를 끄는 매력이 있었다. 한편 중간 중간 개설된 큰 선생님의 강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때 들었던 중요한 말들이 무의식중에 내 가슴속에 조금씩 새겨지는 것만 같았다. 왠지 말의 씨앗이 마음속에서 조금씩 움트는 느낌을 받았다. 1월에 재등록을 했으니까, 그 때부터 치면 벌써 7개월째 배우고 있는 셈이다. 사실 정말 열심히 수련을 한 것도 아니요, 몸이 아주 유연해 진 것도 아니다. 남들은 나에게 불성실하다든가 돈 낭비라고 낮은 평가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조금씩 내 몸에 대해 느끼게 되었고 그것에 매우 행복해하고 있다. 내 몸이 나에게 말을 하고, 내가 내 몸에게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조금만 어려우면 회피하고, 두려움을 혼자 쌓아두었던 굳게 닫힌 마음의 빗장도 조금씩 풀리고 있는 듯 하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정면 돌파하자’라는 말이 가슴 속에서 울리기도 하고,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뜻은 어려운 일이 없다는 뜻과 같다’라는 말을 되뇌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나 자신을 언뜻 언뜻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현재와 오늘, 지금의 중요성을 깨달아가고 있다. 그리고 어려워도 다시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씩 강해져가고 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 언젠가 좀 더 큰 변화를 이룰 것을 믿는다. 물론 지금까지 버리지 못한 나태한 태도나 불성실한 면들을 조금씩 개선하는 노력을 함께 해야 가능하겠지……. 이 모든 변화가 요가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요가가 나의 변화에 발화점이 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언젠가 한 번 날아오르는 내가 아닌, 조금씩 조금씩 날개짓하여 날아오르는 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작성자 : 정O문 날짜 : 2003-10-11 조회수 : 4476 이 몸이 새라면 날아가리...

고등학교 때 나는 꿈이 있었다. 이웃들과 함께 살겠다고, 나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사회복지학과를 들어갔다. 하지만 대학에서 들려오는 말들은 ‘컴퓨터와 영어를 잘 해야만, 좋은 학점을 가져야만 살아갈 수 있다’, ‘무한경쟁 시대, 자유주의 시장체제에서 살아남으려면 너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여야 한다’, 등등 현실의 높은 장벽에 대한 이야기들 뿐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들을 것을 듣고, 버릴 것을 버리는 스스로의 판단력을 잃어버리고 말았고, 조금씩 병들어 가고 있었다.

2001년 여름, 실습을 하면서 사회복지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알아버렸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하나의 밀알이 되려는 꿈도 조금씩 퇴색되었다. 그렇지만 그냥 그렇게 남들처럼 똑같이 세상에 적응하기는 싫었다. 부모님도, 친구들도, 선배들도 누누이 말하는 취업을 위한 조건과는 멀어져만 갔다. 그대신 내가 하고 싶다는 것을 하겠다며 봉사활동이나 노래, 미술, 드럼 등등을 경험하려 돌아다녔지만 이것저것 손만 대다 제대로 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결국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남들이 보기에는 ‘무능력한 인간’처럼 되어버린 것 같았다. 언젠가 ‘한번 더 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희망만은 놓지 않았지만 그것 역시 하나의 몽상에 불과했다. 내일이면, 내일이면... 반복해서 말하는 동안 현재를 놓쳐버렸고, 변하지 않는 내일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병든 것은 마음 뿐 아니라 몸도 마찬가지였다.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좋지 않아서 각자의 고민들을 서로에게 화풀이하는 관계처럼 변해버려 매일처럼 다투기 일쑤였고, 그럴 때면 화병이 난 것처럼 가슴 속이 울렁대고 메스꺼웠다. 매일같이 울기도 했다. 덕분에 안구건조증도 걸리고, 목과 어깨가 결려서 움직이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다. 그냥 모든 것이 짜증났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뿐이었다. 결국 휴학을 했고, 일단 쉬기로 마음을 먹었다. 쉬면서 커피 전문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래도 공부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덜 하면서 스스로 돈을 벌고,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니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살아나는 듯 했다. 다시 열심히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한학기로 짧은 휴학생활을 끝내고 학교에 복학을 했다.

복학을 하고 시작한 것이 학교에 개설된 요가와 재즈댄스였다. 늘 피곤하고, 기운 없는 생활 속에서 몸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꼭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요가는 대학 입학 후 잠깐 배운 기억이 있어서 잘 되지는 않았지만 왠지 마음이 편안했고, 재즈댄스는 재미가 있었다. 이전과 달리 조금은 안정된 모습으로 열심히 1학기를 보냈다. 그러나 방학 때 배낭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둘 다 그만두었다. 조금 풀렸던 몸이 다시 굳어졌고 어깨가 너무 아파 매일 신경이 쓰였다. 그러는 동안 마음의 안정을 주는 요가의 인상이 깊게 남아있던 탓인지 제대로 한번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작년 가을에 홍익요가원에 등록을 해서, 한 달 다녔지만 학교 과제를 핑계로 제대로 가지 않았고, 2학기 생활은 휴학 전의 일상과 그리 다를 바가 없었다.
똑같은 일상 속에서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나는 방학 동안 학교 앞 고시원에 들어가 있기로 결심했고, 홍익요가원 매일반에 재등록을 했다. 고시원에서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요가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요가를 하고 나면 무언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느낌 때문에 쉽게 그만둘 수가 없었다. 많이 빠져도 또 다니고 싶고, 무언가 나를 끄는 매력이 있었다. 한편 중간 중간 개설된 큰 선생님의 강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때 들었던 중요한 말들이 무의식중에 내 가슴속에 조금씩 새겨지는 것만 같았다. 왠지 말의 씨앗이 마음속에서 조금씩 움트는 느낌을 받았다.

1월에 재등록을 했으니까, 그 때부터 치면 벌써 7개월째 배우고 있는 셈이다. 사실 정말 열심히 수련을 한 것도 아니요, 몸이 아주 유연해 진 것도 아니다. 남들은 나에게 불성실하다든가 돈 낭비라고 낮은 평가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조금씩 내 몸에 대해 느끼게 되었고 그것에 매우 행복해하고 있다. 내 몸이 나에게 말을 하고, 내가 내 몸에게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조금만 어려우면 회피하고, 두려움을 혼자 쌓아두었던 굳게 닫힌 마음의 빗장도 조금씩 풀리고 있는 듯 하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정면 돌파하자’라는 말이 가슴 속에서 울리기도 하고,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뜻은 어려운 일이 없다는 뜻과 같다’라는 말을 되뇌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나 자신을 언뜻 언뜻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현재와 오늘, 지금의 중요성을 깨달아가고 있다. 그리고 어려워도 다시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씩 강해져가고 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 언젠가 좀 더 큰 변화를 이룰 것을 믿는다. 물론 지금까지 버리지 못한 나태한 태도나 불성실한 면들을 조금씩 개선하는 노력을 함께 해야 가능하겠지……. 이 모든 변화가 요가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요가가 나의 변화에 발화점이 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언젠가 한 번 날아오르는 내가 아닌, 조금씩 조금씩 날개짓하여 날아오르는 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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